추수감사절, 하루로 끝나지 않게 · 우리 삶에서 감사가 뜻하는 것과 보내는 법
첫 글에서는 추수감사절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두 번째 글에서는 성경 속 이스라엘 사람들이 지킨 세 번의 추수 절기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글은 추수감사절 이야기의 마지막 편입니다.
이번에는 질문을 우리 쪽으로 돌려 봅니다. 추수감사절은 오늘 우리 삶에서 무슨 날일까요? 그리고 이 날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요? 절기 하루로 끝나지 않고 그다음 날의 삶까지 이어지도록, 집과 교회에서 바로 해 볼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적었습니다.
🤖 글에 들어간 그림은 성경 본문을 바탕으로 AI(ChatGPT)로 그렸습니다. CC0 1.0(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저작권을 내려놓은 허락)이라 출처 표기 없이 쓰셔도 됩니다. 성경 말씀은 모두 개역개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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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을 영상으로도 만들었습니다. 교회학교 아동부나 중고등부에서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셔도 좋습니다.
농사를 짓지 않는 우리에게 「추수」란
추수감사절이 되면 교회 앞에 과일과 곡식이 놓입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가운데 농사를 짓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거두었다고 감사하는 걸까요?
「추수」를 우리 말로 바꾸어 보면 쉽습니다. 추수는 한 해 동안 애쓴 끝에 손에 쥐게 된 것입니다. 일하고 받은 월급, 아이가 한 뼘 자란 키, 시험을 마친 공부, 아프다가 회복한 몸, 힘든 시간을 버틴 마음, 곁에 남아 준 사람까지 모두 올해의 추수입니다.
그래서 추수감사절은 농부만의 날이 아닙니다. 한 해를 살아 낸 모든 사람이 「올해 내 손에 쥐어진 것은 어디서 왔을까」를 묻는 날입니다. 성경은 이 날이 우리에게 어떤 날인지 네 가지로 보여 줍니다.
1. 기억하는 날 · 배부를 때 잊지 않기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바로 전, 모세는 뜻밖의 걱정을 했습니다. 굶주릴 때가 아니라 배부를 때를 걱정한 것입니다.
여기서 「은금」은 은과 금, 곧 재산을 말합니다. 형편이 어려울 때는 하나님을 찾다가도, 살림이 넉넉해지면 사람은 금세 잊어버립니다. 모세는 그때 마음속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고 경고합니다.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것」이라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일할 수 있는 건강, 일할 자리, 배울 수 있었던 기회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감사는 바로 이것을 기억해 내는 일입니다. 시편 기자도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타일렀습니다.
「은택」은 베풀어 준 은혜라는 뜻입니다. 추수감사절은 한 해 동안 받은 은혜를 하나씩 꺼내어 다시 세어 보는 날입니다.
2. 돌아오는 날 · 선물에서 주신 분에게로
예수님이 길을 가시다가 나병(살갗이 상하는 병으로, 그때는 마을에서 떨어져 살아야 했습니다)에 걸린 열 사람을 만나셨습니다. 그들은 멀리 서서 불쌍히 여겨 달라고 외쳤고, 예수님은 제사장에게 가서 몸을 보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대로 가는 길에 열 사람이 모두 나았습니다(누가복음 17:12~14). 그다음 장면이 이렇습니다.
병이 나은 열 사람 가운데 한 사람만 돌아와 예수님 앞에 엎드렸습니다.
나머지 아홉 사람이 나쁜 사람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예수님 말씀대로 제사장에게 가는 중이었습니다. 다만 한 사람은 자기가 나은 것을 보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낫게 된 몸, 곧 받은 선물에서 눈을 들어 그 선물을 주신 분에게로 돌아온 것입니다. 게다가 그는 당시 유대 사람들과 사이가 좋지 않던 사마리아 사람이었습니다.
추수감사절은 이렇게 돌아오는 날입니다. 한 해 동안 받은 것을 누리느라 바빴다면, 이 날만큼은 걸음을 멈추고 주신 분께 돌아와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날입니다.
3. 함께 즐거워하는 날 · 내 식탁을 넓히기
성경은 감사를 혼자 하는 일로 두지 않습니다. 첫 열매를 드리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거류하는 객」은 다른 나라에서 와서 머물던 나그네, 「레위인」은 자기 땅이 없이 예배하는 일을 맡은 사람들입니다. 거둘 밭이 없는 사람들과 함께 즐거워하라는 것입니다.
훨씬 뒤, 포로로 끌려갔던 백성이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일곱째 달 초하루에 함께 모였습니다(느헤미야 8:2). 하나님의 말씀을 읽어 주자 백성은 자기들이 지키지 못한 것을 깨닫고 울었습니다. 그때 느헤미야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준비하지 못한 사람에게도 음식을 나누어 함께 즐거워했습니다.
「준비하지 못한 자에게는 나누어 주라」. 감사하는 사람의 식탁은 넓어집니다. 그리고 며칠 뒤 이 백성은 나뭇가지로 초막을 짓고 이레 동안 초막절을 지키며 크게 기뻐했습니다(느헤미야 8:14~17). 감사는 내 몫을 확인하는 날이 아니라, 내 몫을 나눌 사람을 찾는 날입니다.
4. 거둔 것이 적은 해에도
올해가 풍년 같지 않은 분도 계실 겁니다. 일이 잘 안 풀렸거나, 아팠거나,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분에게 「그래도 감사하세요」라는 말은 무겁게 들릴 수 있습니다.
성경에도 그런 해를 지난 사람이 있습니다. 예언자 하박국입니다. 하박국서는 「여호와여 내가 부르짖어도 주께서 듣지 아니하시니 어느 때까지리이까」라는 하소연으로 시작합니다(하박국 1:2). 그는 억지로 웃지 않았습니다. 먼저 하나님께 솔직하게 따져 물었습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이렇게 고백합니다.
무화과, 포도, 올리브(감람), 밭의 곡식, 양과 소. 당시 사람들이 먹고사는 데 필요한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하박국은 즐거워하겠다고 말합니다. 감사의 이유가 「무엇을 받았는가」에서 「누가 함께하시는가」로 옮겨 갔기 때문입니다.
거둔 것이 적은 해의 추수감사절은 억지로 기쁜 척하는 날이 아닙니다. 하박국처럼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그래도 나를 놓지 않으신 하나님을 붙드는 날입니다.
5. 추수감사절 주간, 이렇게 보내 보세요
이제 실제로 해 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네 가지 모두 대단한 준비 없이 이번 주에 바로 할 수 있습니다.
저녁 식탁에서 가족이 돌아가며 올해 감사한 일 세 가지를 말하고 종이에 적습니다. 혼자 사신다면 휴대폰 메모장도 좋습니다.
「건강해서 감사」처럼 뭉뚱그리기보다 「3월에 허리가 아팠는데 지금은 걸을 수 있어서 감사」처럼 언제, 무엇이 고마웠는지 적으면 훨씬 생생해집니다.
📚 미국의 심리학자 에먼스와 매컬로는 2003년 연구에서 대학생들을 나누어 9주 동안 매주 한 그룹은 감사한 일을, 다른 그룹은 짜증 났던 일을 적게 했습니다. 감사를 적은 그룹은 자기 삶을 더 좋게 평가했고 다음 주를 더 밝게 내다봤으며, 몸이 불편하다는 호소도 더 적었습니다.
저녁 식탁에서 가족이 돌아가며 올해 감사한 일을 적어 봅니다.
올해 고마웠던 사람 세 명을 떠올리고, 카톡이나 문자 한 줄, 전화 한 통, 또는 얼굴 보고 말하기 중 편한 방법으로 전합니다.
「고마워」로 끝내지 말고 무엇이 고마웠는지 한 가지를 콕 집어 말합니다. 예를 들면 「지난달 이사할 때 와 줘서 정말 고마웠어」처럼요.
📚 미국의 심리학자 쿠마르와 에플리는 2018년 연구에서 사람들에게 고마운 사람에게 짧은 감사의 글을 쓰게 했습니다. 쓴 사람들은 상대가 얼마나 기뻐할지 낮춰 잡고 어색해할 거라고 걱정했지만, 받은 사람들은 예상보다 훨씬 기뻐했고 생각보다 덜 어색해했습니다. 쓴 사람은 단어 고르기를 걱정했지만 받은 사람은 마음을 전해 준 것 자체를 반겼습니다. 길고 멋지게 쓸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느헤미야의 말처럼 「준비하지 못한 사람」을 떠올려 봅니다. 혼자 사는 이웃 어르신, 교회에 새로 온 가족, 멀리서 와서 공부하거나 일하는 사람에게 밥 한 끼를 함께하자고 청합니다.
직접 초대가 어렵다면 반찬 한 통을 나누거나, 동네 푸드뱅크(먹거리를 모아 필요한 이웃에게 전하는 곳)에 먹거리를 보내는 것도 좋습니다.
신명기 26장에서 첫 열매를 드리는 사람은 자기 집안의 이야기를 고백했습니다. 「내 조상은 방랑하는 아람 사람으로서…」로 시작해서, 하나님이 고통 속에서 건져 이 땅으로 인도하셨다고 말하고, 이렇게 마칩니다.
이 순서를 빌려 내 이야기로 한 문장을 써 봅니다.
「저는 올해 ○○○였는데, 하나님께서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를 드립니다.」
예) 저는 올봄에 일자리를 잃고 막막했는데, 하나님께서 새 일터와 버틸 힘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감사를 드립니다.
추수감사절 예배 때 가족이나 소그룹에서 이 한 문장을 소리 내어 나누어 보세요.
6. 절기가 끝난 다음 날부터
추수감사절은 하루지만, 성경이 말하는 감사는 하루로 끝나지 않습니다. 바울은 이렇게 썼습니다.
「범사」는 모든 일이라는 뜻입니다. 원래 말(헬라어)로는 「모든 일 안에서」라는 표현이라, 나쁜 일이 생긴 것 자체를 고마워하라는 말이 아니라 어떤 일 가운데서도 감사할 이유를 찾으라는 뜻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바울은 걱정이 밀려올 때에도 감사를 붙잡으라고 했습니다.
염려를 없는 척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구할 것을 그대로 아뢰되, 이미 받은 것에 대한 감사와 함께 아뢰라는 것입니다. 걱정만 늘어놓는 기도와 감사로 시작하는 기도는 같은 문제를 두고도 마음의 자리가 달라집니다.
「말에나 일에나」, 곧 하루의 말과 일 전체가 감사로 이어지는 삶입니다.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래처럼 작은 습관 몇 가지면 충분합니다.
감사 목록을 쓴 종이는 버리지 말고 성경책이나 냉장고에 붙여 두세요. 내년 추수감사절에 다시 꺼내 읽으면, 한 해 동안 하나님이 어떻게 일하셨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 기억하는 날 · 배부를 때 잊지 않고, 받은 은혜를 다시 세어 봅니다. (신명기 8장)
- 돌아오는 날 · 받은 선물에서 눈을 들어 주신 분께 돌아와 감사합니다. (누가복음 17장)
- 함께 즐거워하는 날 · 준비하지 못한 이웃에게 내 식탁을 넓힙니다. (신명기 26장, 느헤미야 8장)
- 거둔 것이 적어도 · 무엇을 받았는가보다 누가 함께하시는가를 붙듭니다. (하박국 3장)
- 다음 날부터 · 범사에, 염려 가운데서도, 말과 일 모두로 감사를 이어 갑니다.
가정과 교회학교에서 나눌 질문
- 올해 나의 「추수」는 무엇이었나요? 내 손에 쥐어진 것 가운데, 내 힘만으로 얻은 것이 아닌 것을 하나 찾아볼까요?
- 병이 나은 열 사람 가운데 한 사람만 돌아왔습니다. 내가 감사 인사를 미뤄 둔 사람은 누구인가요? 이번 주에 한마디 보내 볼까요?
- 느헤미야는 「준비하지 못한 자에게는 나누어 주라」고 했습니다. 이번 추수감사절에 우리 집 식탁에 초대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요?
함께 쓰면 좋은 자료
- 추수감사절의 유래 · 1621년 플리머스에서 한국교회까지
추수감사절 이야기의 첫 편입니다. - 성경 속 추수 절기 · 무교절, 칠칠절, 초막절을 그림으로 쉽게
이 글의 앞 편입니다. 성경의 세 추수 절기를 정리했습니다. - 추수감사절 성경 말씀 이미지 33종
주보, PPT, 환경판에 쓰실 수 있는 감사 말씀 이미지입니다. - 초등부 추수감사절 활동지 4종(정답 포함)을 올렸습니다. PPT 배경과 색칠 도안은 준비되는 대로 추수감사절 모음에 올리겠습니다.
참고한 자료
- 성경 본문 · 대한성서공회 개역개정
- 감사 목록 연구 · Emmons & McCullough, 「Counting Blessings Versus Burden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2003)
- 감사 표현 연구 · Kumar & Epley, 「Undervaluing Gratitude」, Psychological Science (2018), 시카고 대학 소개 글
Origin Bible · Mission Zed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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