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추수 절기 · 무교절, 칠칠절, 초막절을 그림으로 쉽게
지난 글에서는 1621년 지금의 미국 땅 플리머스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진 추수감사절의 역사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거둔 곡식을 두고 하나님께 감사하는 일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 성경 속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미 해마다 하던 일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성경에 나오는 세 번의 추수 절기를 처음 듣는 분도 알 수 있도록 하나씩 풀어 설명합니다. 낯선 낱말이 나오면 그때그때 뜻을 함께 적어 두었습니다.
🤖 글에 들어간 그림은 성경 본문과 고대 이스라엘의 농사 기록을 바탕으로 AI(ChatGPT)로 그렸습니다. CC0 1.0(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저작권을 내려놓은 허락)이라 출처 표기 없이 쓰셔도 됩니다. 성경 말씀은 모두 개역개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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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을 영상으로도 만들었습니다. 교회학교 아동부나 중고등부에서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셔도 좋습니다.
먼저, 「절기」가 무엇일까요?
절기는 해마다 정해진 때가 돌아오면 지키는 특별한 날을 말합니다. 우리에게 설날과 추석이 있듯이, 성경 속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도 해마다 지키는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님께서 일 년에 세 번은 꼭 지키라고 하신 절기가 있습니다. 출애굽기는 이렇게 말합니다.
놀라운 점은 이 세 번이 모두 곡식과 열매를 거두는 때, 곧 추수 때에 맞춰져 있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거둘 때마다 하나님 앞에 모여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이 세 절기는 오늘날 추수감사절보다 훨씬 앞선, 성경 속 추수 감사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절기가 왜 그때였는지 알려면, 먼저 이스라엘의 농사가 우리와 어떻게 달랐는지 알아야 합니다.
1. 이스라엘의 한 해 농사
우리나라는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거둡니다. 그래서 추수감사절도 가을에 지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사정이 다릅니다.
이스라엘은 여름에 비가 거의 오지 않고, 가을부터 봄까지 비가 내립니다. 그래서 가을비가 내려 땅이 부드러워지면 씨를 뿌리고, 겨울 동안 곡식을 키운 뒤 봄에 거둡니다. 성경이 말하는 「이른 비」와 「늦은 비」가 바로 씨 뿌릴 때와 거두기 전에 내리는 이 비를 가리킵니다(신명기 11:14).
이 순서는 실제 유물로도 남아 있습니다. 1908년 이스라엘의 옛 도시 게제르에서 손바닥만 한 돌판 하나가 발견되었습니다. 약 3천 년 전(기원전 10세기 무렵)에 새긴 것으로 보이는 이 돌판을 게제르 달력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에는 한 해 농사일이 차례대로 적혀 있습니다.
- 두 달은 거두기 (가을, 올리브 열매)
- 두 달은 씨 뿌리기 (곡식)
- 두 달은 늦은 씨 뿌리기
- 한 달은 아마(옷감을 만드는 식물) 베기
- 한 달은 보리 거두기
- 한 달은 거두고 잔치하기 (밀)
- 두 달은 포도나무 가꾸기
- 한 달은 여름 과일 거두기
돌판은 지금 튀르키예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에 있습니다. 「거두고 잔치하기」 줄은 밀을 거두는 때로 풀이하는 학자가 많습니다.
정리하면 이스라엘의 추수는 봄에 보리, 초여름에 밀, 여름에서 가을까지 포도와 올리브 같은 열매 순서로 이어집니다. 세 번의 절기는 바로 이 세 번의 거둠에 하나씩 맞춰져 있습니다.
2. 세 절기를 한눈에
그림처럼 세 절기는 보리를 거두기 시작할 때(무교절), 밀을 거둘 때(칠칠절), 곡식 타작과 포도 거둠을 마쳤을 때(초막절)에 있습니다. 이제 하나씩 자세히 보겠습니다.
3. 첫째 절기, 무교절과 「첫 이삭 한 단」
무교절은 이스라엘 달력으로 첫째 달 15일부터 이레(7일) 동안 지킨 절기입니다. 지금 달력으로는 3~4월 무렵입니다. 「무교」는 누룩(빵을 부풀게 하는 효모)을 넣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급히 빠져나오던 날을 기억하며 부풀지 않은 납작한 빵을 먹었습니다. 바로 앞날 저녁에 지키는 유월절과 이어져 있어서 두 절기를 함께 부르기도 합니다.
이 무렵 들판에서는 보리가 누렇게 익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하나님은 무엇보다 먼저 이렇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처음 거둔 보리 이삭 한 단을 제사장이 하나님 앞에 들어 흔들고 있습니다.
이삭은 곡식의 낟알이 달린 윗부분이고, 단은 그 이삭을 한 아름 묶은 것입니다. 제사장은 하나님께 예배와 제사를 맡아 드리던 사람이고, 안식일은 이레마다 돌아오는 쉬는 날로 지금의 토요일에 해당합니다. 그러니까 한 해 농사에서 가장 처음 거둔 보리 한 묶음을 먼저 하나님께 가져가라는 말씀입니다.
더 눈여겨볼 말씀이 14절에 있습니다. 이 첫 이삭을 드리기 전까지는 새 곡식을 먹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배가 고파도, 눈앞에 곡식이 익어 있어도, 먼저 하나님께 드리고 나서 먹었습니다. 「이 곡식은 하나님이 주셨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순서였던 것입니다.
4. 둘째 절기, 일곱 주를 세는 칠칠절
첫 이삭을 드린 날부터 이스라엘 사람들은 날짜를 세기 시작했습니다. 일곱 주, 곧 49일이 지나고 그다음 날인 50일째에 두 번째 절기를 지켰습니다.
일곱 주를 센다고 해서 이 절기를 칠칠절(七七節, 일곱이 일곱 번)이라고 부릅니다. 지금 달력으로는 5~6월 무렵이고, 이때는 보리 추수가 끝나고 밀을 거두는 때입니다.
보리 때는 이삭 한 단을 그대로 드렸지만, 칠칠절에는 새로 거둔 밀로 빵 두 개를 구워 드렸습니다.
새로 거둔 밀을 빻은 가루로 빵 두 개를 구웠습니다.
무교절에는 누룩 없는 빵을 먹었는데, 이번에는 누룩을 넣어 부풀린 빵입니다. 인용문의 「소제」는 곡식으로 드리는 예물, 「요제」는 하나님 앞에 흔들어 드리는 예물, 「에바」는 곡식을 재는 단위입니다. 사람들이 매일 먹는 보통 빵을 그대로 드린 것입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가 특별한 날만이 아니라 매일의 밥상과 이어져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칠칠절에는 또 하나 중요한 당부가 있습니다. 혼자 기뻐하지 말고 함께 기뻐하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객은 다른 나라에서 와서 머무는 나그네이고, 레위인은 땅을 받지 않고 성막(예배하는 곳) 일을 맡은 사람들입니다. 곧 스스로 거둘 밭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은 이들을 잊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레위기는 아예 밭을 벨 때 모퉁이까지 다 베지 말고 남겨 두라고 합니다.
5. 이삭 줍던 룻 이야기
추수하는 일꾼들 뒤에서 룻이 떨어진 이삭을 줍고 있습니다.
이 말씀이 실제로 어떻게 지켜졌는지 보여 주는 이야기가 룻기입니다. 남편을 잃은 룻은 시어머니 나오미를 따라 낯선 땅 베들레헴에 왔습니다. 그때는 언제였습니까?
먹을 것이 없던 룻은 남의 밭에서 곡식 베는 일꾼들을 따라가며 떨어진 이삭을 주워 시어머니를 모셨습니다(룻기 2:3). 밭 주인 보아스는 일꾼들에게 곡식 다발에서 조금씩 뽑아 흘려 두라고 일러, 룻이 넉넉히 주울 수 있게 했습니다(룻기 2:16). 룻이 이삭을 주운 기간은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보리 추수」에서 「밀 추수」를 마치기까지, 곧 무교절 무렵부터 칠칠절 무렵까지입니다. 떨어진 이삭은 줍지 말고 가난한 사람과 나그네를 위해 남겨 두라는 레위기의 말씀이, 나그네였던 룻에게 바로 이렇게 지켜졌습니다. 지금도 유대인들은 칠칠절에 룻기를 읽습니다.
6. 셋째 절기, 초막에서 지내는 초막절
곡식 타작을 마치고, 여름 내내 포도를 거두어 포도주 틀까지 다 쓰고 나면 한 해의 큰 거둠이 끝납니다. 그때 지키는 마지막 절기가 초막절입니다(신명기 16:13). 이스라엘 달력으로 일곱째 달 15일부터 이레 동안이고, 지금 달력으로는 9~10월 무렵입니다.
「소산」과 「소출」은 땅에서 거둔 것을 말합니다. 거둠을 다 마친 뒤, 아름다운 열매와 나뭇가지를 들고 이레 동안 즐거워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절기에는 아주 특별한 규칙이 하나 있었습니다. 집을 두고 초막에서 지내는 것입니다.
종려나무 가지와 잎으로 지붕을 얹은 초막에서 온 가족이 이레를 지냅니다.
초막은 나뭇가지와 잎으로 엉성하게 지은 임시 오두막입니다. 곡식 창고가 가득 차서 가장 넉넉한 때에, 일부러 불편한 오두막에서 지내게 하신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이집트의 옛 이름)에서 나와 광야를 걸을 때 집도 밭도 없이 초막(임시 거처)에서 지냈지만, 하나님께서 날마다 먹이고 지켜 주셨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뜻이었습니다.
창고가 가득할 때 사람은 「내가 잘해서 이만큼 모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초막절은 그때 오히려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부터 왔다」는 것을 몸으로 기억하게 하는 절기였습니다. 그래서 신명기는 이 절기를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7. 헷갈리는 이름 정리
성경을 읽다 보면 같은 절기가 여러 이름으로 나옵니다. 처음 읽는 분이 가장 헷갈려하는 부분이라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 절기 | 다른 이름 | 이름의 뜻 |
|---|---|---|
| 무교절 | 유월절과 함께 부름 | 누룩 없는 빵을 먹는 절기 |
| 칠칠절 | 맥추절, 오순절 | 일곱 주를 셈 · 곡식을 거둠 · 50번째 날 |
| 초막절 | 수장절 | 초막에서 지냄 · 거두어 창고에 들임 |
「초실절」이라는 말도 자주 듣게 됩니다. 「처음 열매의 절기」라는 뜻인데, 쓰임이 두 가지라 조심해야 합니다. 개역개정 출애굽기 34장 22절은 칠칠절을 「맥추의 초실절」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흔히 무교절 기간에 첫 이삭 한 단을 드린 날(레위기 23:10~11)을 초실절이라고 부릅니다. 글을 읽을 때 어느 날을 가리키는지 앞뒤를 살펴보면 됩니다.
여기서 「세말」은 한 해의 끝을 말하고, 「수장절」은 거둔 것을 창고에 들이는 절기, 곧 초막절입니다.
많은 한국교회가 7월 첫 주일을 맥추감사주일로 지킵니다. 이름이 비슷해서 성경의 맥추절과 같은 절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성경의 맥추절(칠칠절)은 이스라엘 땅에서 밀을 거두던 5~6월의 절기입니다.
대한성서공회의 학술지 『성경원문연구』(43호, 2018)에 실린 논문은 「맥추절」이라는 번역이 원래 뜻(「추수절」)을 다 담지 못하고, 칠칠절에 드린 곡식은 보리가 아닌 밀이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도 한국교회의 맥추감사절이 잘못된 전통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보리를 6월에 거두던 옛 우리 농사에서 나온 감사 절기이고, 지금은 반년 동안 베푸신 은혜를 감사하는 날로 지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8. 신약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세 절기는 구약에서 끝나지 않고 예수님의 이야기와 이어집니다.
첫째, 첫 열매 되신 예수님. 예수님은 유월절 무렵에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그리고 「안식 후 첫날」 새벽, 여인들이 무덤을 찾아갔을 때 예수님은 이미 다시 살아나셨습니다(마태복음 28:1~6). 레위기의 「안식일 이튿날」을 매주 돌아오는 안식일의 다음 날로 읽으면, 첫 이삭 한 단을 흔들던 날과 같은 요일이 됩니다(유대 전통에서는 무교절 첫날을 안식일로 보기도 합니다). 사도 바울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이렇게 불렀습니다.
첫 이삭 한 단이 「앞으로 거둘 추수가 이렇게 시작된다」는 표시였듯이, 예수님의 부활은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도 다시 살게 될 것이라는 약속의 시작이라는 뜻입니다.
둘째, 칠칠절에 오신 성령님. 칠칠절은 헬라어로 「50번째」라는 뜻의 「펜테코스테」라고도 하는데, 우리말 성경은 이것을 「오십 일」이라는 뜻의 오순절로 옮겼습니다. 바로 이 오순절에 예루살렘에 모인 제자들에게 성령님이 오셨습니다.
그날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세례를 받은 사람이 삼천 명이나 되었습니다(사도행전 2:41). 밀을 거두던 절기에 교회가 처음 사람들을 「거둔」 것입니다.
셋째, 초막절의 큰 날. 요한복음 7장은 예수님이 초막절에 예루살렘에 올라가셨다고 기록합니다. 절기의 마지막 날 예수님은 이렇게 외치셨습니다.
초막절은 한 해 거둠을 마치고 다음 농사를 위해 가을비를 기다리던 때였습니다. 유대 전통에 따르면 이 절기 동안 성전에서 물을 길어 제단에 붓는 예식을 했습니다. 바로 그 절기의 마지막 날, 예수님은 참된 목마름을 채워 주시는 분이 자신이라고 외치신 것입니다. 요한은 이 말씀이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이 받을 성령을 가리킨다고 덧붙입니다(요한복음 7:39).
9. 세 절기가 오늘 우리에게 말하는 것
세 절기를 다시 모아 보면 감사에 대한 세 가지 모습이 보입니다.
- 먼저 드리는 감사 (무교절의 첫 이삭) · 다 거두고 남은 것을 드린 것이 아니라, 가장 처음 것을 먼저 하나님께 드렸습니다.
- 함께 나누는 감사 (칠칠절과 남겨 둔 이삭) · 나그네와 고아와 과부까지 함께 기뻐하게 했습니다. 룻도 그렇게 남겨 둔 이삭으로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 기억하는 감사 (초막절의 초막) · 가장 넉넉한 때에 가장 가난했던 때를 떠올리며,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부터 왔음을 고백했습니다.
우리가 지키는 추수감사절도 이 세 가지를 담을 수 있습니다. 올해 받은 것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을 먼저 드리고, 주변의 이웃과 나누고, 지난 한 해를 지켜 주신 하나님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이 세 가지를 오늘 우리 삶에서 어떻게 살아 낼지는 다음 글 「추수감사절, 하루로 끝나지 않게」에서 이어서 살펴봅니다.
교회학교에서 나눌 질문
- 이스라엘 사람들은 첫 이삭을 드리기 전까지 새 곡식을 먹지 않았습니다. 내가 받은 것 가운데 하나님께 「먼저」 드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시간, 용돈, 재능)
- 일꾼들이 이삭을 남겨 둔 덕분에 룻은 이삭을 주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 반이 이번 추수감사절에 「남겨 두어」 나눌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 초막절에는 일부러 불편한 오두막에서 지내며 광야 시절을 기억했습니다. 지난 한 해 힘들었던 때에 하나님이 어떻게 지켜 주셨는지 하나씩 떠올려 볼까요?
함께 쓰면 좋은 자료
- 추수감사절의 유래 · 1621년 플리머스에서 한국교회까지
이 글의 앞 편입니다. 미국과 한국교회의 추수감사절 역사를 그림으로 정리했습니다. - 추수감사절 성경 말씀 이미지 33종
주보, PPT, 환경판에 쓰실 수 있는 감사 말씀 이미지입니다. - 초등부 추수감사절 활동지 4종(정답 포함)을 올렸습니다. PPT 배경과 색칠 도안은 준비되는 대로 추수감사절 모음에 올리겠습니다.
참고한 자료
- 성경 본문 · 대한성서공회 개역개정
- 게제르 달력 · Biblical Archaeology Society, Wikipedia
- 칠칠절과 초막절 · Britannica, Wikipedia
- 룻기와 추수 · Tyndale House
- 맥추절 번역 문제 · 김진규, 「맥추절 용어 번역의 문제」, 『성경원문연구』 43
Origin Bible · Mission Zed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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