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더 깊이 ㉜ 땅에서 번성하리라 · 홍수가 끝난 날, 하나님은 왜 번성을 말씀하셨을까? (창세기 8:13~19)
함께 공부한 성경 이야기를 한 편씩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는 시리즈입니다. 예배·수업·SNS에 자유롭게 쓰실 수 있는 이미지도 함께 올립니다.
육백일 년 첫째 달 곧 그 달 초하룻날에 땅 위에서 물이 걷힌지라 노아가 방주 뚜껑을 제치고 본즉 지면에서 물이 걷혔더니 둘째 달 스무이렛날에 땅이 말랐더라 하나님이 노아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너는 네 아내와 네 아들들과 네 며느리들과 함께 방주에서 나오고 너와 함께 한 모든 혈육 있는 생물 곧 새와 가축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 이끌어내라 이것들이 땅에서 생육하고 땅에서 번성하리라 하시매 노아가 그 아들들과 그의 아내와 그 며느리들과 함께 나왔고 땅 위의 동물 곧 모든 짐승과 모든 기는 것과 모든 새도 그 종류대로 방주에서 나왔더라
창세기 8:13~19
1. 방주 뚜껑을 제친 날
지난 본문에서 노아는 비둘기가 물어 온 감람나무 잎을 받고도 곧바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있기까지 기다렸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드디어 그 말씀이 옵니다.
먼저 노아가 방주 뚜껑을 제치고 밖을 내다봅니다. 땅 위에서 물이 걷혀 있었습니다(8:13). 그리고 두 달이 조금 못 되어 땅이 말랐습니다(8:14). 그때 하나님이 노아에게 말씀하십니다. 아내와 아들들과 며느리들과 함께 방주에서 나오고, 함께 있던 새와 가축과 땅에 기는 것도 다 데리고 나오라는 말씀입니다(8:16~17).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은 ‘나오라’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한마디가 더 붙습니다. “이것들이 땅에서 생육하고 땅에서 번성하리라”(8:17). 생육과 번성은 새끼를 낳고 수가 불어난다는 말입니다. ‘나오라’고만 하셔도 될 날에, 하나님은 앞날의 이야기까지 꺼내십니다. 여기서 물음이 생깁니다. 홍수가 끝나고 방주 문이 열리는 날, 하나님은 왜 하필 ‘번성하리라’를 말씀하셨을까요?
2. 살아남은 이야기의 끝처럼 읽힐 때
우리는 큰일이 지나가고 나면 먼저 ‘이제 다 지나갔다’고 말합니다. 오래 앓던 병을 이기고 퇴원하는 날, 긴 시험을 마친 날, 큰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이 그렇습니다. 그날 우리 마음은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며 ‘그래도 살아남았다’는 안도로 가득합니다.
홍수 이야기도 그렇게 읽히기 쉽습니다. 방주에 들어간 사람과 짐승은 살았고, 물은 걷혔고, 이제 밖으로 나옵니다. 이렇게 읽으면 오늘 본문은 홍수에서 건짐받은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그러면 ‘번성하리라’는 말은 이야기 끝에 덧붙인 덕담 정도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덕담으로 넘기기 어렵습니다. 창세기 맨 앞, 하나님이 세상을 처음 지으실 때 이미 하신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3. 조금 더 깊이 · 처음 지으실 때 하신 말씀
답부터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방주에서 나오는 날은 살아남은 이야기가 끝나는 날이 아니라, 세상이 다시 시작되는 날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처음 세상을 지으실 때 하신 말씀을 이 자리에서 다시 하십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창세기 1장에서 처음 나옵니다. 하나님이 바다의 생물과 새를 지으시고 복을 주시며 “생육하고 번성하여 여러 바닷물에 충만하라 새들도 땅에 번성하라”고 하셨습니다(1:22). 사람에게도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고 하셨습니다(1:28). 그 뒤로 이 두 낱말은 한참 동안 나란히 나오지 않습니다. 이 두 낱말이 나란히 다시 나오는 곳이 바로 오늘 본문 8장 17절입니다.
창세기 1장을 닮은 것은 이 한마디만이 아닙니다. 오늘 본문을 창세기 1장 옆에 놓고 차례로 읽어 보겠습니다.
날짜: 물이 걷힌 날은 “육백일 년 첫째 달 곧 그 달 초하룻날”입니다(8:13). 노아가 육백한 살 되던 해의 첫째 달 첫날, 곧 새해 첫날입니다. 창세기 1장이 세상의 첫날에서 시작하듯, 물이 걷힌 땅도 한 해의 첫날에 드러납니다.
마른 땅: 1장에서 하나님은 “뭍이 드러나라” 하셨습니다(1:9). 오늘 본문은 “땅이 말랐더라”고 적습니다(8:14). 여기 나오는 ‘뭍’과 ‘말랐더라’는 히브리어로 한 낱말에서 갈라져 나온 한 집안 낱말입니다.
생물: 1장에서 하나님은 새와 가축과 땅에 기는 것을 차례로 지으셨습니다(1:20~25). 오늘 본문에서 방주를 나오는 것도 “새와 가축과 땅에 기는 모든 것”입니다(8:17).
복: 그리고 바로 다음 장에서 하나님은 노아와 그 아들들에게 복을 주시며 1장 28절의 말씀을 거의 그대로 하십니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9:1).
홍수는 하나님이 지으신 것들을 쓸어 간 사건이었습니다. 7장은 죽은 것들을 “새와 가축과 들짐승과 땅에 기는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이라고 하나하나 적습니다(7:21). 1장에서 지어진 바로 그 목록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은 같은 목록을 다시 부르시며 ‘번성하리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니 8장 17절의 ‘번성하리라’는 이야기 끝에 붙은 덕담이 아닙니다. 홍수로 무너진 세상을 그대로 두지 않으시고, 처음 지으실 때의 말씀으로 다시 시작하시겠다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이 이 대목을 ‘다시 시작된 창조’로 읽어 온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4. 낱말 풀이 · 라바 · 파라 · 야베쉬
구약 성경은 처음에 히브리어로 쓰였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히브리어 낱말 세 개를 짚어 보겠습니다.
① 번성하리라 · 웨라부(וְרָבוּ). 기본형은 라바(רָבָה)이고, ‘많아지다, 불어나다’라는 뜻입니다. 이 낱말은 홍수 이야기에도 나옵니다. 7장 17절과 18절에서 물이 ‘많아져’라고 할 때 쓰인 와이르부(וַיִּרְבּוּ)도 모양만 조금 다를 뿐 같은 라바입니다. 우리말 성경은 7장 18절을 ‘땅에’, 8장 17절을 ‘땅에서’로 조금 다르게 옮겼지만, 히브리어로는 두 곳 모두 ‘땅 위에’라는 말까지 똑같습니다. 홍수 때 땅 위에 많아진 것은 물이었습니다. 이제 하나님은 같은 말로, 땅 위에 많아질 것은 생물이라고 말씀하십니다.
② 생육하고 · 우파루(וּפָרוּ). 기본형은 파라(פָּרָה)이고, ‘열매를 맺다’라는 뜻입니다. 생물에게 쓰면 새끼를 낳아 대를 잇는다는 말이 됩니다. 창세기에서 이 낱말은 1장 22절과 28절에 나온 뒤로 한 번도 나오지 않다가, 8장 17절에 와서야 다시 나옵니다. 방주를 나서는 생물들 앞에서, 창조 때 하신 그 말씀이 다시 들린 것입니다.
③ 말랐더라 · 야베샤(יָבְשָׁה). 기본형은 야베쉬(יָבֵשׁ)이고, ‘마르다’라는 뜻입니다. 1장 9~10절의 ‘뭍’(얍바샤, הַיַּבָּשָׁה)도 이 야베쉬에서 갈라져 나온 한 집안 낱말입니다. 뭍은 ‘마른 땅’이라는 뜻입니다. 창세기에서 이 집안 낱말이 쓰인 곳은 1장 9절과 10절, 8장 7절과 14절, 이렇게 네 곳뿐입니다. 창조 이야기에 두 번, 홍수 이야기에 두 번입니다. 처음에 물이 한곳으로 모이면서 드러났던 마른 땅이, 홍수 뒤에 다시 마른 땅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5. 한 가지 더 · 종류대로가 아니라 가족대로
19절 끝에 “모든 새도 그 종류대로 방주에서 나왔더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말 성경에서 ‘종류대로’는 1장에도, 7장에도 여러 번 나옵니다. 그래서 같은 말이 또 쓰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히브리어로는 낱말이 다릅니다. 1장과 7장에서 짐승들이 ‘종류대로’ 지어지고 ‘종류대로’ 방주에 들어갈 때는 레미네후(לְמִינֵהוּ) 같은 말이 쓰였습니다. 기본형은 민(מִין)이고, ‘종류, 갈래’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8장 19절에서 방주를 나올 때는 레미쉬페호테헴(לְמִשְׁפְּחֹתֵיהֶם)이 쓰였습니다. 기본형 미쉬파하(מִשְׁפָּחָה)는 ‘가족, 집안’이라는 뜻입니다. 그대로 옮기면 짐승들이 ‘저마다 가족대로’ 나왔다는 말입니다.
미쉬파하는 창세기에서 이 19절에 처음 나옵니다. 그다음부터는 사람에게 쓰입니다. 노아의 아들들에게서 나온 ‘종족’과 ‘족속’이 이 말이고(10:5·32),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 하실 때의 ‘족속’도 이 말입니다(12:3).
성경이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낱말을 바꾸어 쓴 것은 분명합니다. 창세기에서 미쉬파하는 대를 이어 불어나는 무리를 두고 쓰입니다. 10장 32절도 노아 자손의 족속들을 두고 “홍수 후에 이들에게서 그 땅의 백성들이 나뉘었더라”고 적습니다. 방주에서 나온 것은 그저 ‘살아남은 짐승 떼’가 아니라, 다시 새끼를 낳고 대를 이어 갈 가족들이었습니다. 앞에서 본 ‘번성하리라’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를 이 한 낱말이 보여 줍니다.
6. 오늘 우리에게
이 본문이 우리에게 남기는 말은 하나입니다. 하나님은 모든 것이 쓸려 간 자리에서 ‘끝났다’가 아니라 ‘다시 번성하리라’를 말씀하십니다.
본문은 노아가 방주 밖으로 처음 발을 내디딜 때 무엇을 느꼈는지 적지 않습니다. 다만 성경은 노아가 나간 땅이 어떤 땅이었는지를 앞에서 이미 적어 두었습니다. 그곳은 지면의 모든 생물이 쓸려 간 땅이었습니다(7:23). 방주 밖에서 노아를 맞아 줄 사람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 삶에도 무언가가 통째로 쓸려 간 것 같은 때가 있습니다. 오래 다니던 일터를 그만두고 처음 맞은 월요일 아침이 그렇습니다. 오랜 투병 끝에 가족을 떠나보내고 텅 빈 집에 돌아온 저녁도, 몇 해를 들인 일이 끝내 무너져 정리를 마친 날도 그렇습니다. 긴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지만 예전의 몸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을 들은 날도 있습니다. 그런 날에는 안도보다 ‘이제 무엇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라는 막막함이 먼저 옵니다.
노아가 방주에서 나왔을 때도(8:18) 눈앞의 땅은 비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본문은 그 빈 땅을 끝으로 적지 않고, 다시 많아질 자리로 적습니다. 홍수 때 땅 위에 많아진 것은 물이었지만, 하나님은 같은 말로 이제 그 땅 위에 생명이 많아지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그 말씀이 하루아침에 눈에 보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방주에서 나온 생물은 땅을 다 채우기에는 아직 적은 가족들이었고(8:19), 그 가족들이 새끼를 낳아 빈 땅이 다시 채워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을 것입니다. 우리도 비슷합니다.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금방 무언가로 채워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것 같은 날이 한동안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기대어 설 곳은 눈앞의 빈 땅이 아니라, 그 땅을 두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그래서 요즘 무언가가 끝나 버린 자리에 서 계신다면, 그 자리를 ‘끝난 곳’으로만 부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오늘 수첩이나 휴대폰 메모에 그 일을 한 줄 적고, 그 아래에 ‘하나님은 이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한 줄 덧붙여 두는 것도 좋겠습니다. 빈 땅 앞에서도 ‘번성하리라’는 말씀을 기억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홍수가 지나간 땅을 향해 ‘번성하리라’ 말씀하신 하나님, 무언가가 끝나 버린 자리에 선 날에도 그 자리를 끝으로만 보지 않게 하소서. 아직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것 같은 날에도, 다시 시작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먼저 듣게 하소서. 오늘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그 말씀을 붙들고 하루를 걷게 하소서. 아멘.”
🕊 사역 현장에서 이렇게 써 보세요
도입 질문
“긴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 첫날 아침에 선생님이 처음 하시는 말은 뭘까?”를 묻고 아이들의 답을 들어 봅니다. 이어서 “오늘 성경에는 홍수가 끝나고 방주 문이 열리는 날, 하나님이 처음 하신 말씀이 나와”라고 말하며 본문으로 들어갑니다.
활동
칠판을 세로줄로 나누어 왼쪽에 ‘창세기 1장’, 오른쪽에 ‘창세기 8장’이라고 씁니다. 미리 만든 말씀 카드 여섯 장을 섞어 아이들에게 나눠 줍니다(‘뭍이 드러나라’ 1:9 · ‘땅이 말랐더라’ 8:14 · ‘새와 가축과 기는 것을 지으심’ 1:20~25 · ‘새와 가축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 이끌어내라’ 8:17 · ‘생육하고 번성하여’ 1:22 · ‘땅에서 생육하고 땅에서 번성하리라’ 8:17). 아이들이 카드에 적힌 장 번호를 보고 알맞은 쪽에 붙인 뒤, 서로 닮은 카드끼리 선으로 이어 봅니다. 세 쌍을 다 이으면 오늘의 이미지 가운데 ‘땅에서 생육하고 땅에서 번성하리라’ 그림을 띄우고 “하나님은 홍수가 끝난 날 세상을 처음 만드실 때 하신 말씀을 다시 하셨어. 하나님이 세상을 다시 시작하신다는 말씀이야”라고 짚어 줍니다.
적용
아이들에게 작은 카드를 나눠 주고, 끝나서 아쉬웠던 일이나 망쳐서 속상했던 일 하나를 적거나 그리게 합니다(이사 가서 헤어진 친구, 잘 안된 발표, 끝나 버린 방학 등). 카드 아래에는 “하나님은 여기서 다시 시작하게 하셔요”라고 함께 적습니다. 다 쓰면 카드는 각자 가방에 넣어 집에 가져가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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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종류대로 방주에서 나왔더라 |
![]() 방주 뚜껑을 제치고 본즉 |
![]() 땅에서 생육하고 땅에서 번성하리라 |
![]() 둘째 달 스무이렛날에 땅이 말랐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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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세기 더 깊이 ㉚ 하나님이 노아를 기억하사 · 바람이 불고 물이 줄어들기 시작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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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고 사람이 검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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