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더 깊이 ⑮ 머리와 발꿈치 · 뱀에게 내린 저주가 왜 첫 복음이라 불릴까? (창세기 3:14~15)
함께 공부한 성경 이야기를 한 편씩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는 시리즈입니다. 예배·수업·SNS에 자유롭게 쓰실 수 있는 이미지도 함께 올립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뱀에게 이르시되 네가 이렇게 하였으니 네가 모든 가축과 들의 모든 짐승보다 더욱 저주를 받아 배로 다니고 살아 있는 동안 흙을 먹을지니라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네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 하시고
창세기 3:14~15
1. 성경의 첫 저주가 떨어진 곳
앞 대목에서 하나님은 세 번 말을 거셨고, 세 번 다 물음이었습니다. 아담에게 두 번, 여자에게 한 번 물으셨습니다. 마지막 물음에 여자가 한 대답은 이것이었습니다.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이제 하나님은 뱀에게 돌아서십니다. 뱀에게는 묻지 않으십니다. 첫마디부터 선고입니다.
“…네가 이렇게 하였으니 네가 모든 가축과 들의 모든 짐승보다 더욱 저주를 받아…”
여기서 성경에 ‘저주’라는 말이 처음 나옵니다. 그 전까지 하나님이 무엇에게 내리신 것은 복뿐이었습니다. 1장과 2장에서 하나님은 세 번 복을 주셨습니다. 바다와 하늘의 생물에게, 사람에게, 그리고 일곱째 날에 주셨습니다. 복만 내려지던 성경에서 처음 저주를 받은 쪽이 뱀입니다.
그리고 이 선고를 듣는 사람이 따로 있습니다. 바로 앞에서 물음에 대답하던 아담과 여자입니다. 두 사람은 아직 자기가 들을 말을 듣지 못한 채, 뱀에게 내리는 말을 곁에서 듣고 있습니다.
2. 온통 싸움 말뿐인데 왜 ‘첫 복음’일까
교회는 오래전부터 15절을 ‘첫 복음’이라고 불러 왔습니다. 성경에서 처음 들리는 기쁜 소식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두 절을 천천히 읽으면 그 이름에서 걸립니다. 걸리는 데가 둘입니다.
하나는 낱말입니다. 저주, 원수, 상하게, 또 상하게. 두 절을 끌고 가는 낱말이 전부 싸움과 상처의 말입니다. 기쁜 소식이라고 부를 만한 낱말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받는 이입니다. 이 말씀은 사람에게 하신 말씀이 아닙니다. 첫마디가 “뱀에게 이르시되”입니다. 좋은 소식이라면 사람에게 건네셨어야 할 것 같은데, 말씀이 향한 쪽은 뱀입니다.
낱말은 싸움이고 받는 이는 뱀입니다. 그런데도 이것이 왜 복음일까요. 답은 두 가지를 보면 나옵니다. 원수를 누가 두셨는지, 그리고 그 싸움이 어떻게 끝나는지입니다.
3. 조금 더 깊이 · 첫 약속은 뱀에게 내린 선고 안에 있었다
답부터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성경의 첫 약속은 사람에게 건넨 위로의 말로 오지 않았습니다. 뱀에게 내린 선고 안에 들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뱀이 벌을 받는 자리에서 자기들을 위한 약속을 처음 들었습니다.
먼저 원수를 두시는 분을 봅니다. 15절은 “내가”로 시작합니다.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원수는 저절로 생기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두셨습니다. 그리고 그 원수의 선이 그어지는 자리는 뱀과 여자 사이입니다.
바로 앞 13절에서 여자는 “뱀이 나를 꾀므로”라고 말했습니다. 여자는 뱀의 말을 듣고 그대로 따랐습니다. 그 순간 사람은 뱀과 한편에 서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한편이던 그 둘 사이에 선을 그으십니다. 뱀과 원수가 된다는 것은 뱀 쪽에 서 있던 사람을 그 자리에서 떼어 내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음은 싸움의 끝입니다. 15절 뒷부분에는 ‘상하게 하다’가 두 번 나옵니다. 히브리어로도 같은 동사입니다. 여자의 후손도 뱀을 상하게 하고, 뱀도 여자의 후손을 상하게 합니다. 서로 주고받는 일은 같습니다.
다른 것은 맞는 자리 하나입니다. 뱀은 머리를 맞고, 여자의 후손은 발꿈치를 맞습니다. 머리는 몸 전체를 이끄는 자리이고, 발꿈치는 몸의 맨 끝입니다. 본문은 싸움이 어떻게 끝나는지 장면으로 그려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같은 동사를 쓰면서 뱀 쪽에는 머리를, 사람 쪽에는 발꿈치를 적었습니다. 더 깊은 상처를 입는 쪽이 누구인지는 이 두 낱말이 이미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두 절은 싸움을 선포하는 말이면서, 동시에 그 싸움의 끝을 미리 정해 두는 말입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뱀에게서 떼어 내 반대편에 세우셨고, 머리를 맞을 쪽을 뱀으로 정해 두셨습니다.
16절부터 두 사람이 들을 말씀도 가볍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뱀에게 떨어진 선고 속에서 이 약속이 들렸습니다. 뱀에게는 선고인 말이 사람에게는 약속이 됩니다. 뱀이 머리를 맞는다는 선고는 곧 뱀의 반대편에 세워진 사람이 끝내 지지 않는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뱀에게 내린 저주가 첫 복음인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4. 낱말 풀이 · 저주를 받아 · 원수 · 후손 · 상하게 하다
① 저주를 받아 · 아루르(אָרוּר). ‘저주받은’이라는 꼴입니다. 창세기에서 이 말은 여섯 곳에 나오고, 3장 14절이 그 처음입니다. 3장 안에서는 두 번 나옵니다. 14절의 뱀, 그리고 17절의 땅입니다. 17절에서 하나님은 사람에게 “땅은 너로 말미암아 저주를 받고”라고 하십니다. 저주가 사람에게 곧바로 붙지 않습니다. 3장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들은 셋 가운데 곧바로 저주를 받은 것은 뱀 하나입니다.
② 원수 · 에이바(אֵיבָה). 개역개정의 ‘원수가 되게 하고’는 히브리어로 ‘원수를 내가 두리니’에 가깝습니다. 이 ‘두다’가 아쉬트(אָשִׁית)이고, 주어가 하나님이십니다. 에이바는 히브리 성경 서른아홉 권에 다섯 곳만 나오는 드문 말입니다. 민수기 35장 21절과 22절에서는 원한을 품고 사람을 쳐 죽인 경우와 원한 없이 친 경우를 가르는 말로 쓰이고, 에스겔서 25장 15절과 35장 5절에서는 둘 다 ‘오래된 원한’을 가리킵니다. 잠깐 틀어진 사이가 아니라 끝까지 가는 적의입니다. 하나님이 뱀과 사람 사이에 두신 것이 그만큼 깊은 선이었습니다.
③ 후손 · 제라(זֶרַע). 본래 ‘씨’라는 말입니다. 창세기 1장에서 이 말이 나오는 세 절(11·12·29절)은 모두 풀과 나무의 씨를 말합니다. 이 말이 풀과 나무를 벗어나 사람에게 처음 쓰인 곳이 3장 15절입니다. ‘여자의 후손’은 자르아흐(זַרְעָהּ), 곧 ‘그 여자의 씨’입니다.
이어지는 ‘여자의 후손은’의 ‘은’ 자리에는 히브리어로 후(הוּא), 곧 ‘그’가 서 있습니다. ‘씨’는 여럿을 한데 묶어 부르는 말이지만 문법으로는 하나로 받기 때문에, 뒤따르는 대명사도 ‘그’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 ‘그’를 여자의 자손 전체로 읽는 분도 있고, 그 끝에 오실 한 분으로 읽는 분도 있습니다. 교회는 이 절을 첫 복음이라 부르면서 이 ‘그’를 오실 한 분으로 읽어 왔습니다. 어느 쪽으로 읽든 머리를 맞는 쪽이 뱀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④ 상하게 하다 · 슈프(שׁוּף). 15절에 두 번 나옵니다. 여자의 후손이 뱀에게 하는 쪽은 예슈프카(יְשׁוּפְךָ), 뱀이 여자의 후손에게 하는 쪽은 테슈페누(תְּשׁוּפֶנּוּ)입니다. 이 동사는 히브리 성경 전체에서 세 절에만 나옵니다. 흔한 말이 아닌데, 그 드문 말을 한 절 안에서 양쪽에 똑같이 썼습니다. 뒤에 붙은 두 낱말 머리(רֹאשׁ)와 발꿈치(עָקֵב) 가운데, 발꿈치는 창세기 끝자락에서 뱀과 함께 한 번 더 나옵니다. 야곱이 아들들을 축복하는 대목입니다.
“단은 길섶의 뱀이요 샛길의 독사로다 말굽을 물어서 그 탄 자를 뒤로 떨어지게 하리로다 여호와여 나는 주의 구원을 기다리나이다” (창세기 49장 17~18절)
‘말굽’으로 옮겨진 말이 바로 ‘발꿈치’입니다. 발꿈치를 물리는 일은 가볍지 않습니다. 말이 발꿈치를 물리면 탄 사람까지 뒤로 떨어집니다. 그러니 3장 15절이 사람 쪽 상처를 발꿈치에 두었다는 것은 상처가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아픈 상처이지만 머리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야곱은 발꿈치를 무는 뱀을 말한 바로 뒤에 “여호와여 나는 주의 구원을 기다리나이다”라고 덧붙입니다.
5. 한 가지 더 · 하와의 입에서 다시 나온 두 낱말
이 약속은 뱀이 선고를 받던 그 자리에서 한 번 들리고 끝나지 않았습니다.
창세기에서 ‘씨’가 사람에게 쓰인 두 번째 자리는 4장 25절입니다. 가인이 아벨을 죽인 뒤, 하와가 다시 아들을 낳고 이름을 짓는 장면입니다.
“…그의 이름을 셋이라 하였으니 이는 하나님이 내게 가인이 죽인 아벨 대신에 다른 씨를 주셨다 함이며”
우리말로는 3장 15절이 ‘후손’, 4장 25절이 ‘씨’라서 이어져 보이지 않습니다. 히브리어로는 둘 다 제라입니다.
동사도 겹칩니다. 하와가 말한 ‘주셨다’는 샤트(שָׁת)입니다. 3장 15절에서 하나님이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라고 하실 때의 아쉬트와 같은 동사입니다. 하나님이 원수를 ‘두신’ 그 말로, 하와는 하나님이 씨를 ‘두셨다’고 말합니다.
본문은 하와가 그 약속을 떠올렸다고 적지 않습니다. 다만 사람에게 ‘씨’가 쓰인 첫 자리는 하나님이 뱀에게 하신 말씀이었고, 두 번째 자리는 하와의 말입니다. 곁에서 듣던 약속의 낱말이 사람의 입에서 다시 나온 것입니다. 그것도 아들 하나를 잃은 뒤, 다시 아들을 얻은 자리에서 나왔습니다.
6. 오늘 우리에게
이 본문이 우리에게 남기는 말은 하나입니다. 싸움이 있다는 것은 이미 뱀 쪽에 서 있지 않다는 표입니다.
뱀과 한편이던 사람 사이에 원수를 두신 분은 하나님이셨습니다. 그러니 뱀 쪽으로 끌어당기는 것과 부딪히는 일은, 하나님이 세우신 자리에 서 있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우리 안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실패의 증거로만 읽지 않아도 되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싸움에는 상처가 납니다. 본문도 숨기지 않습니다. 여자의 후손도 발꿈치가 상하게 됩니다. 같은 잘못에 또 걸려 넘어지는 날이 있고, 아이가 지난주에 한 다짐을 이번 주에 또 놓치는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때 본문이 먼저 짚어 주는 것은 상처의 자리입니다. 발꿈치입니다. 아프고 걸음이 절뚝거려도 그 자리가 싸움의 끝을 정하지 않습니다. 끝은 15절이 이미 정해 두었습니다.
그래서 넘어진 아이에게 건넬 말이 달라집니다. “또야?”가 아니라 “넘어졌다는 건 싸우고 있었다는 뜻이야.” 발꿈치를 물린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나무람이 아니라 다시 걷게 하는 한 마디입니다. 사람이 처음 들은 약속도 나무람으로 오지 않았습니다. 뱀에게 내린 선고 속에서, 다시 걷게 하는 말로 들렸습니다.
“뱀 쪽에 서 있던 저희를 떼어 내어 반대편에 세우신 하나님, 저희 안에 싸움이 있는 것을 부끄러움으로만 여기지 않게 하소서. 발꿈치가 물리는 날에도 싸움의 끝을 정해 두신 약속을 붙들게 하소서. 넘어진 사람에게 나무람보다 다시 걷게 하는 말을 먼저 건네게 하소서. 아멘.”
🕊 사역 현장에서 이렇게 써 보세요
도입 질문
먼저 다 같이 머리를 손으로 짚고, 다음에 몸을 숙여 발꿈치를 짚어 보게 합니다. 그리고 “둘 중 한 곳을 다쳐야 한다면 어디가 더 위험할까?”를 묻습니다. 머리와 발꿈치를 칠판에 나란히 적어 두고 창세기 3장 14절과 15절을 함께 읽습니다.
활동
여자와 뱀 사이에 빛줄기가 놓인 이미지를 띄우고 “이 선은 누가 그었을까?”를 묻습니다. 15절에서 “내가”를 찾게 해 하나님이 그으셨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이어 뱀이 머리를 땅에 낮게 내밀고 기어가는 네 번째 이미지(‘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로 넘어가 “땅바닥을 기는 이 뱀이 서 있는 사람 몸에서 닿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를 묻고, 발이나 발목 쪽이라는 답이 나오면 15절의 ‘발꿈치’와 잇습니다. 마지막으로 15절에서 ‘상하게’가 두 번 나오는 것을 짚고 “똑같이 상하게 하는데, 어디를 상하게 하는지 찾아볼까?”로 머리와 발꿈치를 다시 찾게 합니다.
적용
작은 카드 한 장에 15절의 한 구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를 옮겨 적게 합니다. 요즘 자꾸 지는 싸움이 있다면 그 이름은 카드에 적지 않고 마음속으로만 떠올리게 한 뒤, 카드를 집 신발장이나 현관에 두자고 권합니다. 신발을 신을 때마다, 발꿈치가 물리는 날에도 머리를 맞는 쪽은 뱀이라는 약속을 떠올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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